주절주절

어쩌다

knock knock 2016. 12. 31. 09:32

 

온전히 날 위한, 나홀로의 하루.

 

지하철 9:37AM

토르마린(???)이 허리병도 고쳐주고 뱃살도 빼준다네.

나 허리 아픈 거 어찌 아시고.

중간마진 다 빼고 만원에 파신다는데. ㅎㅎ

네 제가 무릎도 그닥.

아쉽지만 짐이 무거워 패스 할게요.

 

기차역 9:45AM

역에서 울리는 안내방송이 사람을 설레게 하네.

바다로 가면 좋겠지만

공연은 더 좋아

 

기차안 10:18AM

음악 좋고, 바나나 우유도 있고

왜 꼭 잠은 내리기 1-20분 전에야 드는건지.

 

대전복합터미널 1:09PM

어쩌다 대전에 버려졌다.

만나기로 한 친구놈이 애때문에 시골을 다녀와야 한다는데

나 때문에 시간 맞추려고 허덕거리는 건 싫으니

패스하자고. 기차시간 바꾸면 된다. 걱정마라 했지만

표가 어딨니. 매진되지 오래거든.

 

뭘할까. 나,다니엘블레이크..보려다 실패. 또 시간이 애매...

그래서 고른 영화.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어제 예매해 놓은 티켓을 출력하니 딸려온 쪽지.

생일콤보 준다네.

엥? 생일을 언제로 입력해 놓은 거냐?

음 콤보. 혼자와서 팝콘 먹은적 없는데.

그냥 준다는데 안먹을 이유는 없지.

혼자서 낑낑거리며 팝콘 라지사이즈와 콜라 두 잔 ㅋㅋ

좋네. 혼자라 캬라멜 잔뜩 묻은 것만 골라 먹는 재미. 달다.ㅎ

 

그리고 영화시작. 나도 다른 공간에, 시간에 다녀온 듯 몰입. 재밌다. 나오는 길. 포스터도 나눠준다. 오늘 왜 이래?

How lucky I am

 

공연장 대기 4:32PM

뒷골목들을 한참 걸어 우송대 근처로 오니 포스터가 보이네? 우앗 떼어가고 싶다.

시간은 한참 남았고. 슬슬 피곤하다. ㅎㅎ

 

기차역 가는 길 9:15PM

아 너의 이름은 포스터 ㅠㅠ 두고 왔다.

대신 길거리 환느 포스터 떼어왔...ㅋㅋ 개이득.

갈수록 뻔뻔. 길거리 포스터를 떼다니 ㅋㅋ

근데 쬐꼼 창피해서 급히 떼느라 귀퉁이가 찢어졌ㅠㅠ

근데 떼서 들고 오는데 입 찢어짐 ㅋㅋ

 

집 23:13PM

대전에서 해주신 공연 덕분에

집에서 올 해를 마무리 하는구나.

대전에서 해주신 공연 덕분에

이 늦은 시간에 집밥을 먹고 살이 찌는구나.

 

병신년엔 즐거웠고

 

병신년은 즐겁지 않았다

후딱 가라. 꺼져라. 훠이. 물러나라.

 

잘가라. 2016.

난세에 영웅이 난다 했지.

어두울 수록 빛나는 사람들.

존경하는 사람이 많아진 한 해였다.

 

나쁜 뉴스들이, 나쁜 사건들이 연일 뉴스를 채우지만

그만큼 빛나던 정의로운 사람들

내년이 기대되는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