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보고 싶던

knock knock 2018. 3. 21. 22:17

 

 

 

 

드라마 시작 10분 전

 

퇴근 길에 비에서 눈으로 바뀌던 그 때

잠깐 찍었던 눈이

슬로우모션으로 찍었던 눈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조리원 가있는 친구에게서 또 눈이 온다는 톡.

아 나가볼까? 싶어 밖을 내다보니 눈보단 비에 가까운.

 

열심히 이 닦는 중 언니에게 온 전화

택배 왔다. 안오냐?

급한 거 아냐.

근데 왜 꼭 가지러 온다고 했어? 중요한거 아냐?

주말에도 갖다줬는데 미안해서 그러지. 양말이야. 급하지 않아.

비와서 운동 못나가. 다음에 갈게 ㅎㅎ

 

그런데 자꾸 창밖을 확인한다.

혹시 또 눈으로 바뀌진 않았을까?

그러다 생각난 투명우산.

비여도 좋을 것 같다.

 

단단히 챙겨입고 나서는데

비가 오는 듯 마는 듯

근처만 돌다 가야겠구나 생각하는데

일부로 티비도 켜놓고 나왔는데.

 

점점 집에서 멀어지는 발걸음.

멀리서 보이는 큰도로 건너의 언덕 길이 왠지 이쁠 것 같다.

음. 언덕까지만 올라가보자.

어둑어둑한 계단. 조금 무서운데?

하지만 실상은 모자만 쓰면 이건 시커먼, 연쇄살인범 같은 옷차림의 나.

언덕 밑을 바라보며 사진 찍는데 뒤로 다가오신 아주머니 때문에 흠짓

아마 그분은 더 놀라셨겠지.

 

돌아나가보자.

언덕을 내려 차가 다니는 골목을 보니

저 멀리 환한 큰시장의 불빛.

나방처럼 불빛을 따라 겅중겅중

우산 한 번, 앞 한 번, 옆 한 번

 

다시 나온 큰도로의 신호가 파란불로 바뀌자 홀린 듯 뛰어 건넌다.

급한일 있니? 건널 생각도 없었는데 훅.

 

우산을 접고 시장 구경. 여기 저기 문 닫느라 분주한.

하필 내가 지나갈 때 족발 사가세요를 외치는 아주머니

괜스레 기분이...나 족발 잘먹게 생겼나?

이거. 이 퉁퉁한 거, 이거, 옷...옷...옷..일껄? ㅜㅜ

집으로 향하는 길에 괜히 옷을 툭툭 쳐본다.

덴장.

 

**사진은 모조리 다 흔들흔들. 아 뭐냐.

덕분에 운동만 잘했다.

 

**놀라셨을 분께 멀리서 쏘오리를

 

**숨은 그림 찾기

 

**반짝반짝

내 우산 안의 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