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던
드라마 시작 10분 전
퇴근 길에 비에서 눈으로 바뀌던 그 때
잠깐 찍었던 눈이
슬로우모션으로 찍었던 눈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조리원 가있는 친구에게서 또 눈이 온다는 톡.
아 나가볼까? 싶어 밖을 내다보니 눈보단 비에 가까운.
열심히 이 닦는 중 언니에게 온 전화
택배 왔다. 안오냐?
급한 거 아냐.
근데 왜 꼭 가지러 온다고 했어? 중요한거 아냐?
주말에도 갖다줬는데 미안해서 그러지. 양말이야. 급하지 않아.
비와서 운동 못나가. 다음에 갈게 ㅎㅎ
그런데 자꾸 창밖을 확인한다.
혹시 또 눈으로 바뀌진 않았을까?
그러다 생각난 투명우산.
비여도 좋을 것 같다.
단단히 챙겨입고 나서는데
비가 오는 듯 마는 듯
근처만 돌다 가야겠구나 생각하는데
일부로 티비도 켜놓고 나왔는데.
점점 집에서 멀어지는 발걸음.
멀리서 보이는 큰도로 건너의 언덕 길이 왠지 이쁠 것 같다.
음. 언덕까지만 올라가보자.
어둑어둑한 계단. 조금 무서운데?
하지만 실상은 모자만 쓰면 이건 시커먼, 연쇄살인범 같은 옷차림의 나.
언덕 밑을 바라보며 사진 찍는데 뒤로 다가오신 아주머니 때문에 흠짓
아마 그분은 더 놀라셨겠지.
돌아나가보자.
언덕을 내려 차가 다니는 골목을 보니
저 멀리 환한 큰시장의 불빛.
나방처럼 불빛을 따라 겅중겅중
우산 한 번, 앞 한 번, 옆 한 번
다시 나온 큰도로의 신호가 파란불로 바뀌자 홀린 듯 뛰어 건넌다.
급한일 있니? 건널 생각도 없었는데 훅.
우산을 접고 시장 구경. 여기 저기 문 닫느라 분주한.
하필 내가 지나갈 때 족발 사가세요를 외치는 아주머니
괜스레 기분이...나 족발 잘먹게 생겼나?
이거. 이 퉁퉁한 거, 이거, 옷...옷...옷..일껄? ㅜㅜ
집으로 향하는 길에 괜히 옷을 툭툭 쳐본다.
덴장.
**사진은 모조리 다 흔들흔들. 아 뭐냐.
덕분에 운동만 잘했다.
**놀라셨을 분께 멀리서 쏘오리를
**숨은 그림 찾기
**반짝반짝
내 우산 안의 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