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카레.

knock knock 2019. 3. 25. 21:14

 

 

 

 

그건 집에서 해먹을 음식이 아니었다.

언니, 카레가 제일 쉽다고 했잖아?

 

8시부터 꼬박 한시간을 썰고 썰고.

카레에 넣을 스테이크용 고기를 한장 구워먹지 않았다면 어쩔뻔?

야무지지 못하게 대충대충 썬다.

그런데 이미 두번째 재료 썰기에서 지쳤다. 당근 너 정말.

 

시장에 들러 당근 두개 천원어치를 샀다.

흠 생당근 맛있는데 작아서 아쉽네?

가는 길 다른 가게 앞을 지나다 큰 당근이 보여 멈춘다.

천원에 3개. 내 팔뚝정도의 두께. 그래 두꺼운게 썰기 편할거야.

요거 주세요. 4개 가져가.

어엇 하는 순간 엄청 큰 당근 4개가 내 손에 뚝딱.

 

맛있는걸 골라 주신다 했는데, 달지가 않...

할머니들이 모두 전문가란 편견은 버려 ㅋ

아니야 걔중에 맛있는 거였을거야 ㅋ

4개나 주셨잖아. 잘 먹을께요.

 

브로컬리 다듬다 피보고

감자 씻고 깎다가 또 피보고

고기 자르다 지치고

아 귀찮아. 다신 안해먹을래. 내가 미쳤지. 요리는 무슨.

그 와중에 사과도 썬다. 그래도 이왕이면 맛있게.

 

아 진짜 썰어놓은 냉동 양파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안그랬음 울었을꺼야.

 

겨우 끝난 재료 손질.

자 이제 양파를 볶아보자. 카랴멜라이징을 하라구?

양파 설설 볶다가 웹툰 보고, 가서 한 번 휘적하고 인터넷하고

반은 카라멜화 반은 태워먹기 ㅋㅋ

달큰한 중국집 냄새가 거실 가득 퍼진다. 요건 좋네?

 

고기까지 볶다가 채소 때려넣기. 순서? 그런거 모른다.

냄비 가득찬 채소를 다 볶을 수가 없어 잠시 뚜껑닫아 익혀주고, 불안증에 다시 열고.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설겆이하기. 나는야 멀티...는 개뿔. 밑바닥에 탔다. 쯧.

 

물을 붓고, 카레가루 솔솔솔.

자그만치 8인분 ㅋㅋㅋ

냉동실에 두고두고 먹을 욕심.

어여 끓어라. 맛있게 졸아라.

 

**카레는 얻어먹거나 사먹거나 3분카레로.

이제 언니한테 해달라고 못하겠다.

 

**어디 요리대회에서 급히 칼질이라도 했니? 피 따위 볼 요리던가.

오른손, 왼손 사이좋게 나란히 중지에. 쩝.

 

**카레로 저녁먹을 생각 안해서 다행.

 

**대왕당근. 맛있다 했잖아요 ㅜㅜ

피곤함의 8할. 당근.

씻고 껍질 손질하기 귀찮아 큰거 산 내탓.

작은건 생으로 먹어야지.

 

낼 저녁은 카레랑 볶음김치.

와사비 마요 찍은 당근 간식. ㅋㅋ

딸바는 언제 먹을래?

 

그렇다면 와사비마요당근-카레 &볶음김치-딸바 풀코스로 먹겠사와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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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나다. 내가 했지만 존맛탱. 진하다.

감자며 당근이며 더 많이 넣었어도 될...아서라 ㅋㅋ

찔린 손도 여전히 거슬림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