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셋째날

knock knock 2019. 4. 22. 03:29

 

오늘도 알람이 울리기 전 눈을 뜬다.

화장실을 간다. 해외 나와서도 참으로 규칙적인 인간. 속 장.

 

오늘은 하롱베이 투어가 있는 날.

일찍 조식을 먹는다.

어제 너무 배가 불러 조금만 먹으려 했는데, 일찍 갔더니 뭐가 훨씬 많아서 접시가 더 꽉찼다.

 

잠시 로비에 앉아 있으니, 직원이 말을 걸어온다.

투어기다린다 해준다.

언제 왔냐. 한국은 언제가면 좋냐. 급 영어 듣기평가 기분되다가 다행히 다른 일처리가 생겨서 갔..ㅋ

재깍 시간 맞춰온 투어.

종종 따라간다. 한 호텔을 더 들른다.

조금 더 인원이 많아진다. 또 한곳을 들른다.

피리 하나 사드려야겠어요.

 

버스를 타고, 오페라하우스극장 앞에서 대형버스로 다시 갈아타고 고고.

나의 강적 멀미를 걱정했으나, 편도 3시간, 왕복 6시간 넘짓 동안 멀미하나 없이 다녀왔다. 좋구나.

 

중간에 들른 휴게소는 가격이 사악하다.

돈 환전한게 많아서 걱정 중이면서도 안먹겠다니 ㅋㅋ

서로에게 사라고 호통을 친다. 넌 아이스크림, 난 생망고주스. 망고주스 노맛. 칫.

 

하롱베이는 정말 대형 관광지구나?

주차장이 북적거리는 관광버스와 사람들로 난장판이다.

놓치지 말고 잘 쫓아가자. 우글우글 인파 속을 이리저리.

근데 깃발 대신 파일을 드신 가이드님. 깃발 하나 놔드려야겠어요.

와중에 시간 안맞춰와서 다른 사람들 기다리게 만든 한국인팀. 우리 주의 좀 합시다.

 

배를 탄다. 매캐한 매연냄새가 나다가 출발하니 조금 끈적이지만 나름 시원한 바람이 들어온다. 6명씩 앉아 밥을 먹자니 불편하구나. 그저그런 점심. 그래도 이상한 향채소가 들어간 음식은 없어 깔끔하게 클리어. 영어로 하는 대화엔 끼기 싫으니 잠시의 인사를 마치고 우리끼리 도란도란.

너의 그 이상한 드립에 나 오늘 빵빵터진다.

 

날이 맑았으면 좋으련만 흐려서 아쉬운 하늘.

그래도 점점이 보이는 섬들이 멋있긴하다.

가장 좋았던 뱀부보트. 카약을 타고 싶었던 맘도 있었으나, 땀을 자제시키고자 뱀부보트 선택. 노젓는 소리만 들리는 고요함이 참 좋았다.

그렇겠지 우린 풍경이 주는 즐거움에 즐겁지만, 뒤에서 노를 젓는 분은 저것들이 하필 내 배를 타다니 일진이 사납다고 했을지도 모르지. 라며 잠시 씁쓸하다. 누군가에게 관광이고, 누군가에게 생업이다.

사진 찍어주고 하시던 분보다 조용히 노를 저어주어서 더 좋았던 분.

 

원래 동굴을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그 동굴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세월이라는 것이 느껴져 열심히 사진을 찍어본다.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설명하던 울 가이드님. 하지만 영어인지라 집중하고 들어도 잘 안들리는지라 포기하고 구경모드. 바깥보단 시원하지만 습한 공기, 연신 손선풍기를 돌린다. 주로 내손보단 니 손에 있었지만. 뿌듯하구나. 안가져왔음 어쩔뻔? 핑쿠오리진 손수건과 함께 꿀템이었다.

 

생각보다 괜찮았던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똑같은 휴게소를 들른다. 너가 원하던 벤또를 하나 사서 꽤 시원(나름 시원)해진 저녁바람을 맞으며 벤또를 입에 넣고 잘근거리니 기부니가 좋다. 시끌시끌하던 낮의 휴게소가 아닌 우리 팀 밖에 없던 어둑어둑 하던 휴게소. 입 안에 감도는 벤또의 라면스프맛에 매워서 쓰읍쓰읍 거리고 있는 지금 여기가 좋다.

 

갑자기 치는 천둥번개, 쏟아지는 비 때문에 걱정을 했으나 비는 차 안에 있는 동안 지나간다. 운이 좋구나.

8시 반 넘어서 도착할까 걱정했으나 8시 조금 넘어 도착한 덕에 찾아놓은 식당으로 간다. 제일 바라고 바라던 반쎄오 먹으러 간다.

맛있거나 평타는 친다는 꽌앙응온. 9시반이 영업 마감시간이라고 되어있어 걱정했으나 다행히 주문오더나 손님을 받는 마감 시간인 듯하다. 하지만 늦게가니 같이 시키려던 볶음쌀국수, 모닝글로리, 꼬치 모두 피니쉬란다. 결국 대타로 뭔 볶음 요리를 시켰는데 이게 의외로 젤 맛있어 ㅋㅋ

 

반쎄오는 맛있는데 기대가 너무 큰 탓이고(하지만 안하고 싶다고 안할 수 없는게 인간이고, 다음에 오면 또 먹긴할 듯 ㅋㅋ), 볶음밥은 뭐 그냥 볶음밥이고, 요 튀긴 면이라는건 맛이 딱 구운가래떡. 아주 부드러운.

그 위에 채소, 고기 볶음. 너는 원래 떡이 별로라.. 였지만 나는 좋았던.

거의 다 먹을 즈음 쌀국수를 먹을 수 있겠냐고 묻는 너. 으응?

응응 먹으면 먹지. (라고 했지만 하노이 한캔까지 마셔서 이미 풀)

 

다행히 어쩌다 슈퍼마켓얘기로 넘어가서는 급 10시까지 영업한다는 슈퍼를 찾아갔으나 반쯤 내려진 셔터. 다음날을 기약하고 근처 콩카페를 간다. 오호라 코코넛커피. 코코넛을 안좋아해서 1도 기대를 안해선가? 완전 취저 ㅋㅋ 아 인간아. 무난한 단맛, 은은한 코코넛 맛. 좋다 좋아.

 

우리나라도 실내금연 된 역사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는데, 실내서 피우는 담배는 참 경악스럽다. 맥주거리에서도 카페에서도. 사실 테인블에 놓인 재떨이 만으로 비위가 상한다 ㅡㅡ;;

집안에 담배피는 사람이 없어서 더 그런가? 민폐야 민폐.

 

하루하루 놓치지 않고 마사지를 받고 싶다는 너, 시간이 늦었으니 발 마시지를 받자는 네게 조심스럽게 니가 받는 동안 난 돌아 다니면 안되냐고 묻는다. 사실 당연히 그러자 할 줄 알았는데 단호하게 안된다니 ㅋㅋ

땀에 절은 몸을 내미는 것도 민망하고, 더구나 내 앞에서 마시지를 하는 모습을 빤히 보고 싶지 않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불편하다.

했더니 전신마사지를 급 찾아내어 그리로. 허허허. 눼눼.

 

짧은 60분짜리를 받는다.

어제보다 나이가 있으신 분인데 엄지 손가락이 꽤 크신듯 하다. 오래하셔서 그런걸까? 실내 공기가 맞지않아 코가 막히긴 했지만, 지친 몸을 풀어주는데 좋지 않을리가. 세게? 살살? 추워요? 좋아요? 기본적인건 다 한국말로 물어보신다. 근데 넌 왜 영어로 대답?

난 왜 이렇게 좋아요 라고 묻는게 싫지? 옆 분이 좋아요? 물어보고 네라고 대답하면 감사합니다라고 하는게 싫었다.

 

마사지를 받고 개운해진 몸으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을 들른다. 너 벤또 사라. 투어에서 만났던 NGO봉사활동 와있다는 꼬맹이가 알려준 찐빵기계에 그 계란 들었다는 만두도 있다. 맛있다니 먹어보고 싶은데 차마 엄두가 안난다. 배가 전혀 꺼지질 않았어. 아쉽네.

 

씻고 앉아, 팩하며 얘기하니 어느새 새벽 두시가 훌쩍.

우리나라 시간으로 4시. 안녕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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