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출근길 지하철이라니.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태라니.
이래서 내가 예전에 출근할 때 20-30분 먼저 나왔었다.
뭐, 사람들 다 앉아있는 사무실 들어가는 것도 싫어하긴 했지만.
상봉역에 도착해 일행을 기다리니 춥다. 내복을 벗었더니 춥다. 위치를 헤매는 언니와 한정거장을 지나친 녀석을 만나 플랫폼으로 가서 잠시 있으니 곧 기차가 온다. 평일인데 사람이 많다.
강릉가는 KTX는 가끔 짧아서 아쉽다. 기차역을 나서니 근처 동네산에 벚꽃이 한가득이다. 봄이네.
택시를 타고 밥집으로 이동한다. 유명하다는 순두부짬뽕집엘 가니 대기줄이 있다. 허허 평일인데...맛은 괜찮았다. 하얀 순두부는 고소했고 짬뽕은 불맛도 많이 나고, 짜고 매콤하다.
초당순두부 마을서 강문해변까지 도보로 13분밖에 안걸린다하니 걸어가기로 한다. 5분쯤 왔을까? 초당순두부젤라또를 판다니 먹어본다. 흠. 젤라똔데 쫀득함이 없이, 좀 밍밍한 두유 아이스크림 같다.
도착한 바다는 날씨가 맑아서 예뻤다. 내가 좋아하는 동해의 바다색이다. 바람이 많이 불어 머리가 물미역처럼 얼굴을 휘감지만 그래도 기분 좋다.
해변 앞 스타벅스에 자리잡고 들어가 얘기를 한다. 바다를 좀 더 보고 싶지만, 경포해변까지 걸어가고 싶지만, 많이 걷기 힘들어하시니 아쉽지만 이만 안녕.
사실 이 퇴사자들의 목적지는 카지노다. 난 더이상 카지노를 가지 않겠다. 셋이서 처음 간 카지노는 안가본 언니님을 위해 한 번 더 갔을뿐이다 라고 선언한 나를 꼬득이기 위한 바다였을 뿐이다. 두분은 바다에 관심이 없다.
다시 강릉역으로 돌아가 동해행 기차를 타고, 동해역에서 환승전 간단히 감자전과 옹심이와 장칼국수와 막걸리로 배를 채우고 다시 사북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1시간 정도의 여유여서 기차역 앞 식당을 찼은건데, 은근 다 맛있어서 기분이 좋다. 간이 건물같은 식당 밖 도로에 벚꽃도 활짝이다.
어플로 체크인이 되어 기차에서 미리 방을 골라 체크인을 마치고 택시로 이동해 숙소에 들어갔다. 선견지명이 있으신 언니님이 맥주 한캔 나눠마시고 내려가자셔서 안주를 꺼내고 생라면도 뿌셔준다. 나의 사랑 너의 사랑 생라면.
얘기하다보니 1인당 1캔씩 사온 맥주와 안주들을 다 끝냈다. 안그랬음 못먹었어. 카지노에 10시쯤 내려가서 새벽 5시가 다 되어갈 때쯤에 방으로 돌아왔다.
5만원 상한선 걸어놓고 다시 딱 본전 5만원 다시 들고온 나,
옮겨다니는 기계마다 프리게임이 빵빵 터져서 결국 40만원 벌어온 언니,
크게 잃어서 어쩌나 했는데 막판에 원금을 회복하고 20만원을 벌어온 녀석
지난번보다 훨씬 긴시간을 기계 앞에서 있었는데, 운 좋게도 아무도 돈을 잃지 않았다!!How Lucky
그래도 계속 못박았다. 전 이제 끝입니다. 더는 안와요. 아..네. 일단 그럼 올해는 끝으로 할게요. ㅎㅎ
둘째 날 아침 다들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드라마 보며 날밤 새우는 것과는 현저히 다른 피곤함이 몰려온다. 눈이 계속 뻑뻑하다. 9시가 다 되어가 한사람 먼저 씻어야 체크아웃 시간 맞출 것 같아 겨우 일어난다. 말그대로 개피곤.
난 이대로 체크아웃 후에 천천히 밥먹고 차나 마시면 좋겠건만 끝까지 놀자는 이들을 따라 카지노행 2일차에 나선다. 그래 내가 쓰기로 한 돈 한푼 안썼으니 딱 그만큼만 쓰자.
5만원은 초반에 터지는 것이 없다면 사실 몇분이면 끝나는 금액이다. 천천히 누르고 옆사람 구경해도 30 분 버티기가 힘들다. 그래도 어찌어찌 멈췄다 눌렀다 기계 옮겨나니면 한시간쯤 놀았을 때 3000원이 남았다. 구경모드로 돌아가니 부족했던 잠이 쏟아진다.
점심은 가장 크게 잃었다가 다시 다 회복 후 따고 온 녀석의 포인트로 해결됐다. 난 기껏 모인돈이 4800원, 라떼 반값도 안된다.
중간에 점심을 먹고 온 후 다들 열심히 버튼을 누른 최종 스코어는 그래도 십몇만원 넘게 따고 나온 언니님, 십몇만원 정도 잃은 녀석, 딱 상한선에서 2000원 더 잃은 나. 꽤나 오랜시간 논 것 치곤 나쁘지 않다.
다시 기차 타러 가는 길에 진짜 다시 안올거냐는 물음에 난 응이라고 답한다. 재밌었다. 그래도 큰돈 안쓰고 비어있는 게임기들 종류별로 놀아보고, 얘기도 하고, 헛소리도 하니 시간도 잘갔지만, 뭐랄까. 뭐 그냥 좀.

담에 또 보자.

적당히 즐기는 건 재밌지만, 돈 삭제되는 속도보면 허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