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이른

knock knock 2022. 10. 2. 08:14

아침에 깨서 화장실을 다녀오고 다시 잠을 청하던 순간에 쾅하고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이후에 고함 소리가 들려 싸움이 크게 난건가 하는 순간 불이야 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가까이서  들리는 소리에 대충 트레이닝 바지를 껴입고 핸드폰만 챙겨서 나갔더니 옆 빌라 4층 창 바깥 실외기 쪽에 사람 둘이 붙어서 불이야 소리치고 있었다.  

불이 이미 한참 번진건지 창 안쪽은 이미 붉은 빛으로 가득 차고 쉴 새 없이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같이 밖으로 나온 옆집에서 119에 전화를 하는데 받질 않아 발을 동동구르고 있으니 이미 다른 집에서 전화를 했다고 한다.  

길 가던 아저씨가 난간에 붙은 사람들에게 옆의 호스같이 생긴 거라도 잡으라고 소리치는데, 갑자기 안에서 큰 불길이 바깥으로 일어서 더는 안되겠다 싶은지 창틀을 붙잡고 3층 실외기를 밟고 밑으로 내려왔다. 다행히 두분다 무사히 3층을 밟는 모습만 보고는 무서워서 먼 쪽으로 피신해있었다.

계속 불길이 솟아오르고 안에서는 퍽퍽 터지는 소리가 나니  놀라고 무서워서 쿵쾅거리는 심장이 가라앉질 않는다. 옆 집도 현관쪽  불길에 집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는지 소방차가 오기 전 누가 재빠르게 사다리차를 대어 탈출을 하고 있었다. 아..다행이다. 다 나온건가?

소방차가 오기 전까지 옆집 아줌마, 딸과  공기 가득한 연기냄새를 소매로 막으며 불안했던 마음을 나눌 뿐이다. 옆집은 항상 일터지면 고맙게도 내가 먼저 걱정된단다.  옆집이야 엄마 덕에 알고 살았지만, 나머지 빌라 사람들은 첨보는 얼굴들이다. 아...이런 사람들이 살고 있구나. 아.. 쟤들이 그집이구나.  

이후 구급차가 도착하고 이어 소방차가 좁은 골목으로 겨우 진입을 한다. 하아 저 불법 주차된 차들 다 밀어버려야해.
나는 그저 밑에서 보고만 있기도 무서운 곳으로 소방대원들이 들어갔나보다. 훤하게 타오르던 불길이 사라지고 연기만 피어오른다.

근처에 사는 언니는 형부가 우리 빌라에 불 난것 같다고 소리쳐서 보니 옆 빌라여서 전화를 했단다. 걱정이 됐는지 옆에서 조카가 괜찮냐고 연신 물어본다. 혹시 몰라 밖으로 대피해 있었더니 언니가 찾아와 또 상황을 설명해준다.

불길이 꺼지고 시커먼 그을음이 묻은 소방관들이 차례로 오가는 것을 보다가 집에 들어왔더니 탄내가 가득하다. 잠시 같이 들어왔던 언니가 집에 가고 이제 추워서 쓸 일 없다고 넣은 선풍기를 꺼내 돌렸다.

무엇으로 시작된 불인지 모르겠으나 그렇게 실제로 사람을 위협하는 큰 불을 처음 보았고, 집에 가스 밸브를 잠그지 않고 나온 것을 후회했으며,  119 소방대원들의 위대함을 느꼈다.  살고 싶고 안전하고 싶은  본능을 누르고 불 가까이로 다가가는게 어떻게 가능한건지.  그것이 여러번 겪는다고 나아질 문제도 아닐진데...진짜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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