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것을 담고 출발한다.
어제부터 쉴새없이 날아드는 재난문자에 잠들기 전부터 생각했다. 시내로 나가 커피 마시며 눈구경을 할까? 동네 산을 낀 공원으로 갈까? 아 신발도 꺼내야지.
아침에 일어나 날씨를 체크하니 눈오는 시간이 10시에서 12시로 늦어졌다. 일단 아점을 먹자. 언니가 준 시금치무침이 있고 남은 단무지가 있어 김밥을 싸기로 한다. 햄은 스팸이고 계란 지단만 추가했다. 냉동밥을 해동시키고 김밥김이 없어 그냥 김을 살짝 구워서 말아본다. 아쉽지만 먹을만하네. 그래도 맛있다고 한개씩 집어먹으며 말다보니 창밖에 눈이 온다.
따뜻한 물을 끓여 차를 우려낸 후 텀블러에 담고, 사진을 많이 찍을테니 보조배터리도 넣고, 음악이 필요해 이어폰도 챙기고 장갑까지 넣으니 주머니가 꽉 찬다.
내복 장착하고, 종아리 3분의 1정도까지 올라오는 워커도 신었고, 롱패도 입었다.
우산을 챙겨들고 밖으로 나가니 펑펑펑 함박눈이다. 전생에 개였나보다. 이리 눈이 좋다니. 하얀 새곳에 발자국을 남기며 이리저리 걷는다.
사람이 많을리 없는 한적한 공원에 도착하니 더 신이난다. 눈사람도 만들고, 끊임없이 사진을 찍는다. 잠깐동안에 소복소복 많이도 쌓인다.
한바퀴를 돌고 정자에 앉아 따뜻한 차 마시며 눈 바라보니 천국이네. 코코아를 사놔야겠다. 다음엔 따뜻한 코코아를 담아와야지.

미술 소질은 없나봐. 더 이쁘게 만들어주지 못해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