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ITALIA, SPAIN & PORTUGAL

그라나다, 여행은 실수로 부터

knock knock 2015. 10. 20. 15:46

2012년 4월 14일 -15일, 바르셀로나 to 그라나다 via 렌페 야간열차

 

여행의 로망이었던 야간열차

제대로 혼자 편히, 안전히 즐기고 싶어 한국 서 미리 예약하고 온  100유로짜리 야간열차.

로망은 로망일 뿐, 기차에서 누워잔다는 것이 그리 편하진 않구나.

편하지 않은 것 치고는 깨우는 소리에 푹 잠들었는지 허거덕 놀라서 일어나긴 했지만~

눈 뜨자마자 푸른 새벽에 창 밖으로 보이는 올리브 나무들을 보니, 아 내가 여행하고 있구나 ... 뭔가 울렁 거리는 마음.

 

덜컹 거리는 기차에서 약간 머리가 띵~ 했던 거 치곤, 너무 상쾌한 그라나다의 시작 (나 너무 체력 좋은거 아니니? 했다는)

 

 

새벽, 기차에서 내려 일찍 숙소를 찾아 가방을 맡기고 그나라다 둘러보기. 

날씨가 영 흐린데, 흐린 하늘이 너무 이쁘다.

알함브라 궁전은 오후 티켓을 예매 해놔서 천천히 둘러본다. 목적지는 알바이신 지구

추적추적 오는 비 때문에 잠시 건물 사이에도 숨었다 나무 밑에도 숨었다 왔다 갔다.

내 카메라 비오는 흐린 날씨는 정말 젬병인데, 여긴 날씨가 흐려도 이쁘다

흐린 날씨 덕인지 한가한 알바이신지구. 건너편 알함브라 궁전

 

 

 

소심 소심해서, 사진 찰영 부탁은 안한다. 왠만해선!

보통은 사람 없는 곳에서 카메라 올려 놓고 타이머를 설정해서 찍던가 (그래서 다 수평이 ㄷㄷㄷ), 아니면 폰셀카

그라나다에서는 딱 한 번 외국인에게 아라야네스 중정 (검색질로 이름 파악ㅋ)에서 부탁했는데,

아...님....망손이네요. 어찌 이리 수평도 못 맞추시고, 초점도 엉망이시고 ㅠㅠ

그 이후로는 더 부탁 안하게 되었다는 ㅠㅠ

다행히 오전에 왔다리 갔다리 한 비 때문인지, 너무 이른 시간이어선지, 한가한 알바이신 지구에서~ 타이머 맞춰놓고 혼자 노는 중

혼자여행에 카메라 없으면 어찌할 뻔?

 

성격상 절대, 상황이 허락하는 한 빠뜻하게 다니지 않는다.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알함브라 궁전 매표소에 도착, 이미 표는 예약 해 놨고 티켓만 받으면 되는데

출력해 온 프린트 물이 없다. 가방을 다 헤집었는데 없다. ㅠㅠ

오후 언제라도 들어갈 수 있지만 딱 한 곳은 무조건 정해진 시간 안에 입장을 해야한다.

 

허덕 허덕 숙소로 돌아가서 다 뒤졌지만 프린트 물을 찾을 수 없다. 아 이런 사람 아닌데 뭔일이니..

게스트하우스 주인 언니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프린트를 부탁하는데

왜 프린트도 제대로 안되는 거니. 계속 제대로 프린트가 되지 않자 게스트하우스 주인언니가 인쇄비가 많이 나온다며 오히려 미안해한다.

ㅡㅜ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우여곡절 끝에 프린트를 하고 (결국 인쇄비를 깎아주심)

 

또 허덕거리며 다시 매표소로 가서 결국 입장, 그리고 나스르왕조 궁전으로 또 허덕허덕...아 시간이 지났다.  입장 못할 것 같다. ㅠ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관객들 줄 관리하시는 분께 티켓을 보여주며 혹시 조심스레 가능하냐 여쭙는데

나를 입구로 데려가셔서, 입구 쪽 경비분에게 한참을 설명하시고 어여 들어가라고 손짓하신다.

줄도 서지 않고 입장하는 나를 보고 궁시렁 하는 사람도 있었을 듯 한데, 경비분께 몇번이나 설명 해주신다.

ㅠㅠ 감사해요. 급한 마음에 제대로 인사도 못드리고 궁전으로 입장.

 

날도 추적추적거리고, 오전 내 돌아다녀서 지쳤었는데

감사한 마음에 궁전은 제대로 보고 가야지 다짐한다.

감사한 마음에 풍경은 더 따뜻하고, 예뻐 보인다.

 

사실 알함브라 궁전을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고 오히려 야간 열차도 탈 겸 경로를 짜다보니 추가된 일정이었는데,

여행 일정 중에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된 것 같다.

다~ 아저씨 덕분이예요. (앗...승환님 빙의 된다 ㅡㅡ 이때는 공연 안다닐땐데...쩝)

 

그리고 그 망할 프린트물은 처음부터 내 가방안에 있었다는 슬픈 전설...이래니 뭐래니.

무한긍정 나, 이제는 생각한다. 전화위복이었다고.

발 동동 구른 시간이 있어지만, 덕분에 그 이후 몇 시간이 진심 즐거웠다.

 

 

 

 

 

 

 

너무 어두워지면 길을 못 찾으니,

최대한 최대한 즐길 수 있을 만큼까지만~여유롭게 벤치에 앉아 석양이 지기 전까지 셀카 놀이도 하고, 그림자 놀이도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골목을 내려온다.  (사실 길 못찾을까 잠깐 또 두렵) 

 

 

 

배가 많이 고팠나보다.

어느 식당을 가야하나 보다가 숙소 근처 식당으로 고고

대충 맛있어 보이던 것과 맥주 한잔을 시켰다.  왜이렇게 맛있음? 정말 맛나게 게 눈 감추듯 뚝딱

혼자서도 잘 먹어요... 조거 조거...감자오물렛 같은거...스페인에서 참 맛있게 먹었다.  (이름 까먹음 쩝)

사진보니 여행 가고 싶네. 당분간 공연으로 여행 생각 안 날줄 알았는데....힘든 만큼 재밌었다.

 

그라나다에서는 첨으로 MIX ROOM에서 1박했는데, 아....외국 넘과 외국 여자애가 너무 재잘 거려서 ㅡㅡ;;

게다가 이층 침대...밑에 넘 신경쓰여 움직이기도 힘들고...다른 건 다 괜찮은데 정말 2층 침대는 비추.

2층 침대의 로망도 여기서 깨짐. 제대로 !

 

 

 

다음 날 아침, 그라나다에서의 조식

숙소에서 준 카페쿠폰으로 아침 커피와 토스트

그라나다는 오렌지 가로수라 그런가 오렌지 잼이 어떻게 이렇게 맛있지?

사실 오렌지는 몰래 하나 따봤지만 ㅡㅡ 아무 맛이 없다. 그래 맛있으면 다 따갔겠지?

주인은 싸가지 없었으나, 정말 맛있는 토스트 먹고 네르하로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 가는길에 만나 대형 마트.

마트, 정말 대~~형 마트. 아 나 마트 너무 좋아~

어느 동네를 가건 가장 먼저 찾아다니는 마트. 그냥 생필품도 구경하고 과일도 구경하고 과자도 구경하고 ~

그리곤 과자며 과일 등등을 사서 아주 신나서 셀카까지 한 장 찍어주신다. ㅡㅡ 마트에서 ㅋㅋ

저 봉다리는 결국 네르하에서 3일동안 양식이 ㅡㅡ;; 대체 왜 사가지고...